시장에서 송산 포도를 한 박스 사 왔다
한 때는 대부도 포도가 제일 맛있다고들 했지만
대부 포도는 늙어 수명을 다해서 그 뒤를 화성 송산포도가 그 명성을 잇게 됐다
포도나무도 사람처럼 늙으면 생산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포도의 모든 영양 성분은 껍질과 씨에 들어 있다고 한다
껍질과 씨 채 먹어봤지만 역시 맛과 질감이 알싸하고 거칠어 먹기가 괴롭다
결국 영양분은 다 버리고 부드러운 속살만 먹게 된다
오남이란 고교 동창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포도를 먹을 때는
송이채 들고 우두득우두득 뜯어먹는다
마치 오랑우탄이 과일을 먹는 듯하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알씩 빼먹기가 귀찮다고 했다
평생 그 좋다는 포도 껍질과 씨를 먹어서 그런지 이 친구는 군살도 없이 엄청 건강하다
그는 포도뿐 아니라 모든 과일을 껍질채 씹어 먹는다
이유는 껍질 벗기는 일이 귀찮고 번거롭다는 것이다
아무튼 오남이의 과일 먹는 방법은 야생 동물보다 더 원시적이다
원숭이도 바나나 껍질을 벗겨 먹던데
오남이는 무조건 껍질채 다 씹어 먹는다
물론 껍질은 깨끗하게 여러 차례 세척한다
나는 오늘 영양가 없는 포도 알맹이만 쏙쏙 빼먹으며
야생 인간 오남이를 문뜩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