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지고 바람이 울었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먼 풍경들이 다가왔다
그 안으로 새들이 날아왔다
그리고 白露다
밤나무 잎이 반짝이며 흔들린다
한여름 혼숙의 냄새를 거두어 알밤이 여문다
마지막 꽃 코스모스가 핀다
먼바다에서 폭풍이 올라온다
계절이 바뀌는 이유는 계절만이 안다
우리는 그저 그 안에 존재할 뿐이다
덕수궁 돌담길에 담쟁이넝쿨이 누렇게 떴다
곧 서리가 내릴 것이다
추수한 들판 전봇대에 까마귀 떼가 앉아있다
북쪽 연변에서 날아온 손님들이다
꽃들이 지자 철새들이 날아온다
꽃이 피고 바람 불고 꽃이 지고 새가 날아오고 폭풍이 지나가면 겨울이다
그리고 풍경은 동면에 든다
동안거[冬安居]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