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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행복한 여자의 고백

공황

by 시인 화가 김낙필


공황 장애가 심해졌다

얼마 전에는 몸이 심하게 떨려 스스로 119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생각이 많고 뜻 모를 불안감도 온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공황이 온다고 했다

마음이 편치 못한 까닭이다

온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자기 정화를 위해 수행이 필요하다


누구나 혼자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상황을 편히 받아들이질 못하는 모양이다

정신과 치료는 안정을 찾는 방법을 조언해 주고 약으로 심신 안정을 조절해 주는 처방이다

약을 열심히 먹으며 잡념을 버리고 내 정신을 안온하게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잡념은 대부분 욕심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버려야 한다

오늘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고장 나고 아픈 것은 나이 탓이다

옛날 같으면 북망산에 있을 몸이 아닌가

오래 살다 보니 이러 잡병이 생기는 게다


곁에 말이나 하며 살아갈 곁지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

혼자 있다 보면 말도 어누룩해지고 목이 잠겨서 말소리도 잘 안 나온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신랑이란 작자는 진즉 옛날에 애인과 눈 맞아 집 나가고

자식 키우며 사는 일이 전부였는데

자식들도 커서 이제 모두 제금 나서 지들 살기 바쁘다

그러니 사고가 나면 스스로 본인 자신이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


그나저나 이런 그런 거 다 괜찮다

그러나 말 좀 하고 살고 싶다

곁에서 말 좀 들어줄 인간이 필요하다

말 상대가 필요하다

어디 보쌈이라도 해갈 산적 같은, 납치범 같은 놈들 없냐고?

그런 누구 좀 없냐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괜한 남의 걱정으로 불면의 밤을 보낸다

그러니 오늘도 공황의 바다에는 어두운 파도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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