房
사방 벽지가 별이다
천정만 흰 캔버스다
별 밭에서 누워 해바라기도 그리고 섬도 그린다
나의 침실은 무한한 공간 우주다
울고 웃고 음악이 흐르고 사계절이 흘러간다
산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다
방은 쉼터 안식의 공간이지만
때론 죽음을 닮은 첨탑 같은 곳 나의 감옥이다
지금은 변방의 역참쯤 되는 낡고 병든 곳
다만 쿠바노 음악만이 숨죽여 흐르는 곳
창가에는 오렌지재스민이 향기를 머금고
가을비 내리는 저녁이다
밤마다 풀벌레 우는 숲 속의 밤은 고즈녘하다
방은 쓸쓸하다
여수에서 올라온 고들빼기김치가 알맞게 익었다
들녘 감도 익었다
내일은 서리가 내린다는데
왜 마음이 싱숭생숭할까
첫서리는 왠지 첫 경험 같다
내 방에는 이미 첫눈이 내렸다
그러려니 하고 살라고 혜민스님은 말하지만
중생에겐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