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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친구

by 시인 화가 김낙필


친구가 아프다

아플 나이도 됐지만 그래도 안타깝다

우리의 젊은 날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의 자락이 어느새 소매 끝에 걸려있다

세월은 흘러가는 게 아니고 살처럼 지나갔다


친구가 아프다

그걸 보노라면 나도 아프다

너나 할 것 없이 생로병사에 시달리는 나이다

인생은 덧없고 추려하다

벌레 먹은 낙엽처럼 가볍고 허망하다

마지막 잎새처럼 가없다


친구가 아프단다

소주 한잔 하잖다

아픈 놈이 무슨 술이냐 했더니

술이 약이란다

통증도 줄여주고 간뎅이가 부어 만사가 형통이란다

그래 한잔 해보자


술에 취한 채 두리번거리며 동대문에서 종각까지 걸어왔다

광장시장 녹두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셨다

친구가 좋아하는 소주는 안 마셨다

친구는 오랜만에 웃는다고 했다

그래 친구야, 나도 웃어 본 지 오래됐다


아픈 것도 잊은 채 이런저런 얘기하며

오랜만에 둘이서 한참을 걸었다

덕수궁 돌담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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