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시인
시인은 말했다
내가 죽거들랑 시집과 함께 태워 강물에 뿌리시오
바람을 좋아했으니 산등성이 바람결에 뿌려도 좋소
詩碑나 무덤은 만들지 마시오
내 흔적을 남기지 말아 주시오
평생 거짓말을 쓰고 살았으니 회개하고 싶소이다
이승의 나의 말들은 다 거짓이었소
거짓만 쓰고 살았소
그러니 나의 모든 흔적은 모두 지워 주시오
정말 그랬을까
시인의 글은 아름답고 청초하고 순수했다
그런데 다 거짓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시인은 이승의 자신을 버리고 싶어 했다
삶이 평생 쓸쓸하고 고독했으니까
내가 죽거든 이름 석자도 지워주시오
나는 세상에 와서 한 일이 없소
글 장난이나 하고 가는 게 무슨 대수겠소
창피하고 추려한 일이었소
부디 없던 일로 해주시오
용서하시오
아, 나도 이렇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