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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시인

참시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시인은 말했다

내가 죽거들랑 시집과 함께 태워 강물에 뿌리시오

바람을 좋아했으니 산등성이 바람결에 뿌려도 좋소

詩碑나 무덤은 만들지 마시오

내 흔적을 남기지 말아 주시오


평생 거짓말을 쓰고 살았으니 회개하고 싶소이다

이승의 나의 말들은 다 거짓이었소

거짓만 쓰고 살았소

그러니 나의 모든 흔적은 모두 지워 주시오


정말 그랬을까

시인의 글은 아름답고 청초하고 순수했다

그런데 다 거짓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시인은 이승의 자신을 버리고 싶어 했다

삶이 평생 쓸쓸하고 고독했으니까


내가 죽거든 이름 석자도 지워주시오

나는 세상에 와서 한 일이 없소

글 장난이나 하고 가는 게 무슨 대수겠소

창피하고 추려한 일이었소

부디 없던 일로 해주시오

용서하시오


아, 나도 이렇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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