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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그라나다'로 간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먼저 떠난 친구의 영혼을 따라

'그라나다'로 간다

클래식 기타를 즐겨 연주하던 친구는 가난이 싫어서

피 끓는 청춘에 대한민국 이 나라를 떠났다

좋아하던 라면마저도 못 먹던 궁핍 때문에 이 나라를 증오했다


그렇게 떠난 기회의 땅 이국에서 의류업으로 성공했다

동대문, 남대문에서 의류를 수입해 팔았다

자리를 잡고 살만해지자 느닺없이 혈액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성공한 사업가로 죽기 직전 모국을 방문하고 가서 그나마 천만다행이었


친구의 발자취를 따라 나는 지금 '그라나다'로 간다


'알함브라의 추억'을 기타로 연주하던 현란한 손놀림이 생각난다

기타 치는 오른손 길고 흰 손톱을 다칠세라 소중히 간수하던 친구

나는 지금 그 친구를 만나러 '그라나다'로 가고 있습니다


<70학번 인하대 총학생회장 김광국 靈前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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