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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삶이 지루하고 심심하다

새로울 것도 없고

좋을 일도 없다

하루하루가 소비되는 無意의 시간들이 간다

인생이 터무니없이 길어진 까닭이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여야 한다


세상이 자꾸 달라져간다

전쟁과 평화와 복수와 화해 같은 것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살상과 살해 무기들의 지배하는 세상이다

살해자들에 의해 죄 없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복구되지 않는 인간성의 몰락이 파멸을 불러온다


기우는 햇살에 비스듬히 앉아

물끄러미 창밖 가을을 바라본다

먼 산들이 고요하고

자욱한 구름들이 천천히 밀려간다

하늘은 푸르지만 도시는 미세 먼지와 황사로 어둡다

여유로워도 여유롭지 못한 일상이 흘러간다


여행을 다녀와서 겪는 후유증도 만만찮다

돌아온 일상이 더 갑갑해 오기 때문이다

삶이 변하지 않는 시기가 온다

변화가 없으면 목석이 된다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아무 소용없는 존재

허수아비나 장승과 다를 게 없다


차라리 처마 끝 풍경이라도 되면

바람과 어울려 놀텐데

그도 내 맘같이 않다

막다른 골목인 게다

고요히 앉아있는 게 일상의 전부 다


길은 덧없어 멀고 길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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