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by 시인 화가 김낙필


동장군이 주춤한 사이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갔다

대설이 지났지만 푸근한 날씨 덕에 비가 내린다

겨울비는 싸늘하다

사람의 감정도 식으면 싸늘하다

그리고 을씨년스럽다


을사년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새해 달력을 받아와야겠다

馬의 해,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이다


대설 특보라도 내렸으면 좋으련만 비가 내린다

창밖은 어둠 속에 잠겨있다

침잠이다

피아노곡을 틀어놓고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운다

나른해서 좋다


겨울비 내리던 날

영등포 역전앞 신세계 백화점이 생각난다

공항 가는 리무진이 당도하고 누군가가 떠나갔다

빗속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겨울비는 차고 쓸쓸했다

그리고 씁쓸했다


세월이 지나 겨울 복판으로 비가 내린다

거리엔 캐럴이 울려 퍼지고

한 해가 기울어 간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위로 비가 내린다

가슴 깊은 곳으로도 아픈 기억의 비가 내렸다


피아노 음률 위에 누워서 그날처럼 겨울비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