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by 시인 화가 김낙필


예고 없이 들어왔다

아팠지만 참았다

이 행위가 우리에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었다

환락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의 가족과 나의 가족들은 침통할 것이며

이웃들은 비웃을 것이다

가진 것 없는 나를 선택한 남자는 처참한 사람이다

사랑이란 신기루 같은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남자를 올가미에 옭아 버렸다


세상이 뒤집혔다가 다시 거꾸러졌다

내 밑으로는 푸른 파도가 넘실거렸고

깨진 창문 사이로 솔향기가 들어왔다

안전벨트에 매달린 채 이마에 피를 흘리며 늘어져 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각도로 창문 쪽으로 구겨진 나는 몸에 감각이 없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길 한가운데로 나타난 고라니 한 마리를 피하려고 핸들을 틀은 방향은 해안 절벽이었다

다행히 두세 번 롤링 후에 소나무 가지에 뒷바퀴가 끼인 상태였다

그 충격으로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남았다


그 사람의 죽음은 9시 뉴스에 메인이 되었다

나는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세상의 끝은 금방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