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가 온다
오랜 이민 생활을 끝내고 팔공산 자락으로 온다
혼자 사는 일이 버거워져서 노모가 돌아가신 본가로 귀향한다
친구들은 소녀에서 어느새 백발이 됐지만 옛날처럼 장난기는 여전하다
시집을 가라고 난리다
저희들은 이미 졸혼하고 나한테는 시집을 가라니 이 무슨 뜬금없는 해프닝 인가
오랜 타국 생활에 지친 탓으로 옛 고향이 반갑고 정겹다
남은 여생은 이곳에 뼈를 묻을 것이다
딱 한 번의 연애를 기억한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과의 3년의 연애가 호우시절 화양연화였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천일 동안 함께 다니고 헤어졌다
백발이 성성한 숙이가 온다
타향살이로 평생을 보내고
팔공산 자락으로 귀향한다
타계한 노모의 빈집으로 귀환한다
속세는 어디든 다 똑같은 하늘 아래려니
갓바위를 오르내리며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