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일기

누룽지밥

by 시인 화가 김낙필


어느 날 갑자기

밥 하기도 싫고 반찬 만들기도 싫어졌다

시장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일도 귀찮고

시장바구니 가득 메고 다니는 일도 꼴사납게 느껴졌다

대안으로 바깥에서 사 먹는 음식도 질리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보름만 굶으면 죽는다는데

그래 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식탐이 많았던 시절에는 무얼 먹든 전부 다 맛있었는데

요즘은 별로 당기는 음식이 없어졌

엄마가 담아주던 섞박지, 순무 김치가 그나마 입에 당긴다

오늘 다시 강화시장 박씨네 집에 순무김치를 주문했다


그리고 누룽지를 끓인다

그나마 편히 넘어가는 밥이 누룽지 밥이다


기껏 안 한다고 다짐해 놓고

오늘은 동치미 생각이 나서 쪽파와 겨울무를 사 왔다

삭힌 고추는 집에 있으니 그걸 쓰면 된다

입맛이 70년대로 돌아가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