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감기가 왔다

홍차

by 시인 화가 김낙필


코감기가 왔다

영국산 홍차를 뜨겁게 우려낸다


사우디 알코바 노상 카페에서 마시던 홍차가 기억난다

압둘라 할배들은 유유자적 물담배를 빨고들 계시던 오후 여름복판

아니 거기는 늘 여름이었지

이열치열 뜨겁던 홍차의 진한 맛이 기억난다


떫은맛의 추억이다

빨간 맛의 기억이다

달콤한 맛의 추억이다

나른한 오후의 맛

할배들의 독한 물담배의 냄새가 생각난다


나의 기억들은 선셋비치의 해안으로 이어진다

몸만 담그면 둥둥 뜨던 살인적으로 짠 염분의 바다 맛

홍해는 넓고 푸르렀지만 상쾌하지는 않았다


감기가 왔다

아라비안이 즐겨 마시는 홍차를 마신다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알코바 시내의 골목골목과 카페들이 스쳐 지나간다

홍해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처럼

코가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