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뜯어낸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무심하게

무정하게

무상하게

한 장의 달력을 뜯어낸다

뜯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월의 권력


이미 저 멀리 달아난 세월 앞에 무력한 生은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뜯어내다 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면벽뿐


봄을 뜯어내고

가을을 뜯어내고

내 젊음을 뜯어내고

내 인생을 뜯어내고

그렇게 무심한 세월들을 열심히 뜯어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황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