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금 소 리

by 시인 화가 김낙필



풍금소리


알몸을 비비면 피리소리를 냈던 우리가 남남이 됐다

한세기를 못 버티고 갈라진 물길은 대서양으로 흘러들었다

여객기가 떨어진 곳에 집을짓고 개코 원숭이와 다시 살림을 차렸다

버뮤다 삼각지대에는 없는것이 없이 뭐든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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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소리를 내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개골창에 빠진 생쥐마냥 추해진 몰골로 시공을 떠도는 사체들은 북태평양 쓰레기섬으로 모여 들었다

린포체 앙뚜와 스승 우르간의 인연처럼 만났다

우린 한때 한몸으로 악기를 연주했던 시절이 있었다

생명이 생겨나고 나무가 되고

높은 가지위 바람으로 날고

지쳐 쓰레기가 되면 버뮤다로 몰려들었다

그날 압구정동 카페에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채 호텔 '알렙'에서 우린 다시 살을 섞었다

피리소리는 나지 않았고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고단한 오후가 지르는 비명처럼 빗물이 배꼽위로 흘러 내렸다

풍금소리가 듣고픈 저녁

우리 악기는 고장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