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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오라버니

by 시인 화가 김낙필



녹두장군처럼 시대에 맞서고 민족을 위하여 민주투쟁을 밥말아먹던 오빠가 진보다 보수다 쌈박질하고 제밥 그릇만 챙길때 나는 동대문시장 바느질집에서 실밥 뽑았어요

함께한 동지라고 추켜세우던 우리는 공장에서 죽게일해서 번돈으로 오빠들 밥사주고 술사주고 하면 좋은세상 오는줄 알았어요

감옥에 있을때도 추우나 더우나 뒷바라지 했구만

좋은날이 와서 오라버니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보좌관이 문밖으로 내치고 아는척도 안하는 씨부럴놈들

금뺏지가 사람도 몰라보더라구

술한잔만 사주면서 회포나 풀면 될껄 우리같은 것들 이제 쪽팔려서 볼수없다 이거지

사십년전에 도망다니던 시절 자취방에 숨어들면 재워주고 먹여주고 몸주고 살려놨더니

좋은날오니까 다 네 세상 같은가봐 씨부럴놈아

두눈뜨고 다 보고있으니 잘난체 말드라고

나보다 너덜먼저 보낼테니까

민주투쟁,평화통일에 평생 몸바친 오빠! 우리가 당신들한테 몸바쳐서 그 잘난 금뺏지 달았다구

우리 동지들한테 한짓 잊지말어 우리손에 조용히 사라지게 해줄테니

밤길 다닐때 오라버니 차 덤프트럭 조심해

민주전사가 아직 살아있으니까

나중에 저승에서 만나면 언니들하고 술한잔 합시다

글고 뒤지게 한번 맞아봐 개만도못한 도둑놈들아

우리 청춘 너덜한테 다바쳤는데 잘나간다고 우릴 몰라라하면 안되지

나라꼴이 개판인데 너희가 원하던 민주평화 세상이 이런거더냐

옆집개가 다 웃는다

국회등원도 안하고 국민세금만 쪽쪽 빨아먹는 놈들이 나라를

구한다구?

에이 씨부럴 기생충보다도 못한 씹새끼들아

함 보자 왕년의 민주투사 오라비들아

민투연에서 오라비들 시중들던

공돌이 여동생들이 벼르고 있다

죽기전에 녹두꽃 피면

그때 꼭 한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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