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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만 단 추

by 시인 화가 김낙필



작은단추들을풀어내자마자

숨어있던가슴이터져나왔다

스커트는미어지듯한힢의중량으로지퍼가열리지않았다

밤의거래는불야성속에범람했고그속에삶이존재했다

테헤란로에서봉천사거리까지밤의대통령이지배하던천국은몰락했다

해외사업본부장은대형Bose스피커에달러를가득채워비행기로나르더니역삼대로에십층짜리빌딩을구입했다

로마황제의밀실을닮은봉황대는한시절을풍미하고전설속으로사라졌다

헬퍼들은모두엄마가되고아빠가되어살고있다

이태원산등성이에서미역국을끓여생일초대를했던경아는할머니가됐고경아의애인이었던억성부장님은고혈압으로돌아가셨다

홍코부장도진만선발과장도심장마비로가셨다

한시절,호시절에는장맛비도예뻣고시바스리갈도맛갈났었다

동넷개도돈을물고다니던시절돈이지배하는우리세상은위대하고찬란했다

몰락하고추락하고타락하고쇄퇴하는세상으로오는데고작삼십년걸렸다

쥬베일가는길김수희의'멍에'를들으며사막을횡단했다

호포프,얀부,리야드,담맘,알코바

삼치를낚으며젊음을소진하던

열국사우디아라비아에서역삼동테헤란로까지

육체는시들었고정신은혼미해졌다

흘러내리는어깨를추스리며바지지퍼를열었다

비상구의벽은차갑고시트없는침대는삐걱거렸다

孔시인은짐승처럼헐덕였다

시창작강의가있던날먼아마존밀림위로비행기한대가추락했다

이코노미23C좌석에孔시인이타고있었다

작은단추들은등줄기를타고골반위까지달려있었고

아침에경아의침대위에는검은보석처럼단추들이흩어져있었다

터져버리내용물들은이미말라있었고빨간하이힐은변기앞에나동그라져있었다

사무실책상위에는박카스한병이놓여있었다

새천년새해벽두해외인력부는문을닫았다

영웅들도테헤란로후미진뒤골목쪽으로사라졌다

까만단추몇개는작업복주머니에담긴채재활용더미에실려동남아어느나라로수출됐다

작은단추속의육신들은상추장아치처럼시들어기억저편으로사라져가고있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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