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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여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우릴 버려서 여기까지 왔다

나를 버리고 너를 버려서

비로서 여기까지 온게다

버리지 않았다면 치사했을꺼다

매일매일 생각하는 너는 지금

어디쯤 가고있을지 궁금치는 않다

다만 우리가 수렁에 빠졌던 그날들이

가끔은 생각나기도 할 뿐이다

버린다는 것이 얻는다는 것이란걸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늙고 병든지금 우리가 엇갈렸던 그 길쪽을 적막하게 바라본다

운명은 풀고 엮을수 있는게 아니라서 숙명처럼 살다진

소매에 묻었던 온기와 귓볼에 스치던 입김은 생생하다

커피 한잔을 내린다

떠나가야 오는 미련도 낯선

너와 나를 버려서 얻은 오늘

적요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도서관 서편 창가로 지는 노을을 보며 그 여름 정류장을 생각한다

리무진 버스는 빗속에 눈물처럼 떠

그렇게 너와 나의 여름이

너를 버려서 얻은 여름 그 가운데

무진기행 그 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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