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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거워 진다는 것은

by 시인 화가 김낙필



"헐거워 진다는 것은"



변기에 은가락지가 꼴랑 빠졌다
금가락지라도 어쩔수 없다
공사비가 더 드니까
볼살도 빠지고, 목살도 빠지고, 손가락 살도 빠져서
모든게 헐거워 졌다
몸 전체가 헐거워져 온몸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나 계집이나 헐거워 진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유효기간이 다 되어 온다는 얘기니까
유효 기간이란 어떤 물건이든 다 있게 마련인데
사람의 유효 기간도

헐거워 지고 마르고 장작개비마냥 가벼워 진다는 것인데
그만큼 버릴줄도 안다는 얘기다
살갗도 얇아지고, 이두박근 삼두박근도 사라지고
힢 살도 빠져 헐렁하고 남근도 힘이 없어 쪼그라 들고
눈꺼풀도 내려오고
팔자주름에 머리털까지 날라가고
통아저씨마냥 조막만한 구멍도 통과하게

지경에 이른다는 것인데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말인가
헐거워져도 이젠 할수 없다
깡다구로 버텨야지
빡빡하게 힘쓰는 일보다
헐렁헐렁 대충 살다보면
싸울 일도 없고
누가 관심조차 없을테니
그리 조용해지는 일 일께다
변기에 은가락지 빠져먹고
힘도 빠졌지만
그럭저럭 많이 배웠다

몸땡이 구석 구석이 헐거워 진다

세월은 얄쩔없이 준대로 다 뺏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