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외딴 섬 낭도에 폭풍이 몰아쳐
통통배가 쓸려나가도
섬은 뿌리깊어 떠내려 가지않고 살아 남았다
동해로 허리꺽어 비틀고 간 태풍의 산머리에
해가 뜬다
상처가 깊어도 빨래는 해야지
시름깊은 비닐하우스 가을농사 망치고
망연히 서 있는 꿈 뜰
커피를 마시자
탱고 춤을 추자
우린 죽어 나가는 바람처럼
한 생애 비바람으로 휘둘려도
빨래를 했다
빨고 또 빨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솔기마져 헤져 기억나지 않을
고장난 몸의 기억
폭풍우가 몰고간 자리 외딴 섬에
해가 떳다
빨래를 해야지
태풍 지나간 자리 감나무 가지에
누군가 익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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