瑞 雪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안에 내가 여럿이 산다
철없는 나와
시큰한 나와
뭔가 일 내고 싶은 내가 산다
그리움의 나와, 서글픈 나와, 연애하는 나는
서로 다른 각자의 나다
밥먹을 때의 나는 진지하다
글 지을때의 나는 슬프다
그림 그릴때의 나는 섹시하다
이렇게 어울려 평생을 같이 살았으니
이제와 오롯이 하나된 본디의 나를 갈구한다
쓰임새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허수아비같은 나이기를 소망한다
내 안에 같이 살던 나와는 이제 헤어지고 싶다
철없어 슬픈 나로 돌아가고 싶다
시어 꼬부라진 혀로 노랠 부른다
가을 철새가 돌아가는 동녁으로 서리 내리고 오늘은 小雪
나의 여럿은 각기 제 갈길을 가기로 했다
내 안에 瑞雪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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