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석이와 광철이와 우식이

by 시인 화가 김낙필



판석이는 축의금 치부책 보고 오늘도 투덜댄다
식대 단가가 5만원인데 둘씩이나 와서 먹고가니 손해 봤다고
"요즘 세상에 글쎄 십만원도 아니고 오만원이 뭐야 땅파서 장사하냐?"
이런 몰상식한 언사에 머리에 똥만 들어서 이놈은 돈계산 밖에 할줄 아는게 없다
먼길 잊지않고 와준 것만도 엎드려 절할 일인데 봉투속 돈밖에 관심이 없다
다들 은퇴하고 백수된 동창들 주머니 사정 고려해서
"부조금 안 받을테니 많이들 와서 축하해 주고 차린음식 맛나게들 먹고가라

와준 것만도 정말 감사하다ᆢ 고맙다" 라고 말하는
광철이네 축하연과는 하늘과 땅처럼 천지 차이다
자고로
기쁜 혼례잔치 보다 슬픈 장례식은 꼭 가봐야 하는데
판석이 曰
"죽은 놈이 뭘 알아ᆢ죽고 없으니
볼일도 없는데 가봐야 뭔 소용이야 안가!"
이런 몰상식한 놈은 친구喪엔 안가고 아줌마들이랑 골프치러 가버렸다
판석이와 광철이는 사는 방법이 이렇게 많이 다르다
어제 먼저간 우식이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은 남의 일 같지 않게

침통하다
하긴 너나 할것없이 다음 선수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우식이는 그동안 우울증으로 친구와도 왕래를 끊고 매일밤 소주 두병씩 들이키고 일제 야동만 보고
두문불출 살았다드만 자식도 없고 마누라도 없으니 홀가분하게 떠나가긴 했다
술먹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까봐 늘 걱정이 되긴 했는데 병원서 곱게 갔으니 천만 다행이다
우식아, 한세월 홀로 주지육림을 풍미했으니 미련없이 가거라
중학교때 유독 허연 코를 질질 달고살던 영구같던 네 모습이 새삼스레 기억난다
그래도 네 머리 아이큐는 150으로
전교 일등이었지 아마?
장가도 못가고 홀로 살아서 적적할때도 많았겠지만 인생 사는데 그게 오히려 홀가분하고 나았을지도 모른다
같이 오래살면 다 원수 되거든...
아, 우리도 어느새 되돌아 갈때가 됐나보다
내일 발인날은 영하 4도 라더만
운구하는 애들 손 많이 시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