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람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한때 우리가 뜨거웠던 시절
바람은 늘 남쪽에서 불어왔다
지천명에 지치고 힘든 나날에는
누군가가 필요해서 그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똑같은 위로가 필요할 때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순순히
바람을 피웠다
슬프고도 맹목적인 위로는 불륜이란 주홍글씨를 상대방의 가슴팍에 새기고 상처만 남긴 채 떠나갔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불어오는 것
바람을 안 든 지 등지던지는 각자의 선택 사항이지만
죽을 만큼 힘들 때 찾아온 바람은
은혜로운 바람이다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불행한 종말을 맞지만
그때는 나 자신보다 서로를 사랑했노라고 말한다
바람은 죽음을 생각할 때 生을 일으켜 세우는 위안이고 위로이기 때문에 축복이다

사람은 죽도록 외로울 때 일을 낸다
죽거나, 바람피우거나ᆢ
애를 낳고, 키우고, 다 자라면 외로워져 바람피우듯이
바람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