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1999
내게도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자존감의 차이가 많다
한 시절이 호우처럼 지나가고 말린 무말랭이처럼 쪼그라진 내가 남아있다
잘 나가던 잡지가 경영란으로 허덕일 때가 하필 추운 겨울이어서 생활고가 심했다
눈보라가 칠 때마다 추웠다
봄이 오면서 출판사가 부도가 나고 나는 길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출판일이란 게 겉만 화려하고 멀쩡해 보일 뿐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사양산업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 게 편집일이라 자존심을 갖고 버텼지만 이제 한계란 느낌이 든다
동종 업종들이 모두 경영란에 허덕이다 보니 한물간 잡지의 편집장 출신의 내가 발 붙일 곳이란 있을 리가 없다
이 나이에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에도 어려운 나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작글을 써볼까 기획 중이다
싱글맘의 비애는 처절하다
구걸하듯 써볼 작정이다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 도움을 청해볼 작정이다
글 쓰는 재주란 생계수단으로는 경쟁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방법이 없다
교보에 책을 낼 때까지 감내해야 할 생활고는 밤일을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내게 빛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 빛이 너무 멀리서 반짝이지 않도록 잡아당겨본다
녹록지 않은 삶이, 이력이 나를 슬프게 하더라도 살아내야 한다
보잘것없는 生일지라도 무거운 짐이라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저 바다는 늘 먼 수평 선위로 머문다
나의 바다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파랑 그 꼭대기에 서 있는 나를 본다
기억하자
내 끈질긴 자존감을 잊지 말자
ᆞ
ᆞ
내 나이가 어느새 60이다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