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후 산 행

by 시인 화가 김낙필



매봉 산 중턱에서 비를 만났다
멀쩡한 날씨에 비 소식 일기예보가 맞기는 오랜만에 처음이다
등산 스틱 대신 긴 우산을 들고 나온 덕에 비를 피했다
숲 향기와 비 냄새가 어우러져
청량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혼잡함을 피해 오르는 오후 산행은 여유롭고 한가로워 좋다
간간히 씨끄러운 행렬들이 있지만 지나가고 마니 상관이 없다
영화로만 보던 바이러스 창궐이 지구촌을 들 쑤셔놨다
당장 먹고살 일을 걱정하는 이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지구촌이 이렇게 병들고 비 폐해 지고 말다니 미래가 암울하고 불투명하다
산은 그대로인데 문명의 소리는 계곡을 타고 산에서도 들린다
탑 크레인 소리, 레미콘 소리, 망치소리, 중장비 소리ᆢ
그린벨트가 풀리고 자연이 허물어져 가는 소리ᆢ
아마존 밀림도 점점 사라져 가고 문명이라는 괴물이 지구별을 점령한다
미래 영화에서 처럼 인간은 땅속으로 숨고 기계들이 지구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 같다

하산길,
청계산에는 비가 내리고 미끄러운 길에서 엉덩방아를 찧는다
산모기가 발뒤꿈치를 물어 아프다
반바지에 샌들 신은 게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