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애처롭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왜 사냐고 누가 물으면
그냥ᆢ차마 죽을 수 없으니까라고 말할까

난 네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평생 노예처럼 살았으면서
품삯 하나 남은 게 없지 않으냐
희생이 봉사가 아니듯
봉사는 희생이 아니다
너만 당한 거다

어미 아비의 삶이 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귀신 거미처럼 처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끼들로 인해 생이 빈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생 밭떼기나 일구고 산
네 일생이 노비의 삶과 뭐가 다르더냐
바리바리 싸서 올려 보내봐야
한 줌의 흙과 같다
걔들은 너 없이도 잘 산다
너나 골골 아프지 마라

죽은 너의 묘지가 행복해 보인다
이제서야 가벼워 보인다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행복해 보여서 좋다

지금이 제일 나은 것 같다


이제 나는

네가 죽어서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