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비의 색깔

by 시인 화가 김낙필




카페 로맹가리에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신다
안개비가 내린다
차양이 드리워진 데크에도

안개꽃 닮은 비가 스며든다

슬플 게 없어도 슬프다
가슴의 둑이 범람하는 날
페루에 떨어져 죽은 새처럼 암울하다
내 안에는 아무도 없다
가지려 들어서 모두 떠난 지금
여기까지가 내 영역이다

비 오는 저녁은 왠지 억울하다
눈물은 안 나오지만
문뜩 뜨거운 차 한잔이 생각나서 서글프다

작정 없이 배회하는 저녁
너에게로 가는 길이 이처럼
처량하지만
오늘이 어제처럼만 같으면
투정 않고 살겠다

로맹가리 삶처럼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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