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사랑이 가증스러워
작별한다
변절한 모든 것들과 이별한다
사람의 속이 결코 수려하지 못해서

갈라 선다
세월과도 이별한다
시간과도 작별한다

꽃과의 이별
애증과의 이별
용서와도 이별이다
이별과도 이별이다
나와도 물론 이별이다

이별을 해보니 알겠다
다시 흰 도화지로 돌아간다는 것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을
생이 저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 짐 진 나귀와 닮았다는 것을
사랑은 한순간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별의 시간은 조용해야 한다
작별은 또 다른 시작이니
감내해야 한다
이별의 맛은 벌거벗은 임금님 닮은 자유

코피 쏟아지는 봄날
섬진 강가에 매화 터지고
춘풍은 애간장 녹이는데
우리는 다만
숨 죽이고 이별을 준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