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의 고 독

by 시인 화가 김낙필





간밤에 만나 사랑을 나눴던 사람은 없는 사람

달빛이 부서지던 강가도 어디에도 없는 곳

젊은 아버지와 누이가 밥 먹던 느티나무 평상도

알 수 없는 동네

다만 찔레꽃 향기가 코에 익을 뿐이다


비올라 음률도 낯설고

달콤한 망고 향내가 창가에 머무는 그곳

해변가 숙소에 잠들어 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알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알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깨어나는 아침은 생경하다

높은 하늘을 날던 수리는

큰 원을 그리며 숲으로 추락했다

청설모 한 마리의 생이 지는 날

뜻도 의미도 알 수 없는 가상의

세계를 유랑한다


정사처럼 꽃들의 향연은 요란한데

마구간 덤초 사이에 핀 민들레 외로운 홀씨가

날아간다

간밤에 다녀간 빗소리가 아직도 귀에 서성이는데

나의 방은 적요하다

알 수 없는 시공으로의 초대는 낯설기만 하고

긴 날숨을 참는다


내 동기간을 만나는 곳

엄마 아버지를 만나는 공간

감히 만지지 못할 것을 만지는 시공

잠의 뇌가 노는 곳

뇌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외로워하는 세계

내가 오직 자유로운 너

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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