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유 월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아, 유월이 이렇게 가고

마는구나

유월은 반은 기쁘고 반은 슬픈

계절이었는데

올 유월은 그도 저도 아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가버렸다


찬란하고도 화려한 장미 닮은 유월은 늘 도도 했다

강렬한 햇살과 여우비와 무지개의 달 유월

노래하던 그대는 먼 섬이 되고


접시꽃, 기생초, 달리아, 칸나, 백일홍, 산나리 꽃

천덕꾸러기 루드베키아도 그렇게 피고 지는구나

섬은 외톨이라 꽃들은 더 예쁘고 강렬하다

섬 같은 그대는 그래서 더 농염하다


아, 유월이 이렇게 가고 마는구나

손 쓸 틈도 없이

웅켜쥔 손가락 사이로 허물어지는 모래알처럼

그렇게 가고 마는구나


섬마을 사람들이 조개를 캔다

그 가운데 호미 들고 엎드린

내가 보인다


유월은 먼바다에 떠 있는 유람선의 돛 위로

여전히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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