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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앞으로는 잘할게
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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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 넘어서야 비로소
오래된 친구들에게 전화를 먼저 건다
그간은 오는 전화만 받았지
먼저
전화해본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들이 할 일없어
먼저
전화한 것이 아님을 뒤늦게 깨우쳤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교만을 떨었는가
오만하고 재수 없었는가
부끄럽고 창피해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다
수십
년 받은 배려를 단기간에 갚으려면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
뭐하노?
밥은 묵었나?
백신 주사는 맞았고?
집에 별 일없나?
응, 그냥 잘 있나 궁금해서 걸었다
그래, 건강이 최고다 몸 관리 잘 하그래이
또
전화할게ᆢ
폰에 등록된 연락처를 훑어가며
이리저리 전화를 넣는다
내용은 동일하다
임무를 마치고 나면
진 빚의 백분지 일은 갚은 듯 한결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다
전화
한 통에 저렇게들 반가워하는 걸 왜 미처 모르고 거만하게 살았을까
늙어가며 친구처럼 소중한 자산은 없다는데
구차한
핑계를 대자면 그동안은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면,
‘혹시 바쁜데 괜히 했나?’ 혹은
‘지금은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 실례를 한 것은 아닐까’ 라고
내 멋대로 짐작하며 판단했다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배려를 혼자서 하고 있었고,
나의 행동은 점점 더 소심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은 나에게 일종의 배려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들이 보기엔 나야말로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나야말로 얼마나 저급한 삶을 살았는가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
미안하고 고마운 친구들아
늦었지만
앞으로는
잘할게 잘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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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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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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