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잘할게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이순 넘어서야 비로소

오래된 친구들에게 전화를 먼저 건다

그간은 오는 전화만 받았지

먼저 전화해본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들이 할 일없어

먼저 전화한 것이 아님을 뒤늦게 깨우쳤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교만을 떨었는가

오만하고 재수 없었는가

부끄럽고 창피해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다

수십 년 받은 배려를 단기간에 갚으려면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


뭐하노?

밥은 묵었나?

백신 주사는 맞았고?

집에 별 일없나?

응, 그냥 잘 있나 궁금해서 걸었다

그래, 건강이 최고다 몸 관리 잘 하그래이

전화할게ᆢ


폰에 등록된 연락처를 훑어가며

이리저리 전화를 넣는다

내용은 동일하다

임무를 마치고 나면

진 빚의 백분지 일은 갚은 듯 한결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다


전화 한 통에 저렇게들 반가워하는 걸 왜 미처 모르고 거만하게 살았을까

늙어가며 친구처럼 소중한 자산은 없다는데


구차한 핑계를 대자면 그동안은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면,

‘혹시 바쁜데 괜히 했나?’ 혹은

‘지금은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 실례를 한 것은 아닐까’ 라고

내 멋대로 짐작하며 판단했다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배려를 혼자서 하고 있었고,

나의 행동은 점점 더 소심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은 나에게 일종의 배려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들이 보기엔 나야말로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나야말로 얼마나 저급한 삶을 살았는가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


미안하고 고마운 친구들아

늦었지만

앞으로는 잘할게 잘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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