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서 오래된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돌려
땅콩잼과 사과잼을 발랐다
커피는
커피 부에노 드립 커피를 내렸다
적당히 섞어서 먹는 저녁이다
내시경을 하고 나서 속이 편치가 않다
더부룩하다
아마도 속을 휘둘러 놓은 자리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 까닭인 듯싶다
아니면 떼어낸 용종 자리들이 아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자극을 피하려고 며칠째 흰 죽을 쑤어서 먹었다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체질이라 속이 온전하리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나마 크게 고장 난 곳이 없어서 나름 선방을 했다고 위안을 삼았다
5년마다 하던 장내시경 검사를 3년으로 당기자고 한다
용종이 점점 늘어나는 형편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그러자고 했지만 이제 검사는 그만 해야겠다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게 자연의 순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번민이 많은 법정은 병원에서 죽었다
원래 큰 스님들은 가부좌를 튼 채 선종에 든다
김수환 추기경은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았다
이어령 교수도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다
자연의 이치대로 가겠다는 의지다
현대의학은 가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틀어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사람들
약물에 의지해 연명하는 사람들
장기간 병상을 뒷바라지하는 가족들은 비폐해 질 수밖에 없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냉동 빵을 먹고
또 이렇게 하루를 살아내려 한다
생명을 유지하는 약에 의지하면서
태양의 수명처럼 살려고 한다
바보 같은 짓 임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