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連

by 시인 화가 김낙필




물병자리 여자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간이역사 처마 끝에서 밤새 철길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다 얼어 죽은 날 아침

눈 까치가 내려와 그녀 정수리를 쪼았다

사람들은 누굴 기다렸는지 궁금해했지만

그녀 말고는 알 도리가 없었다고들 쑤근 거렸다


세월 지나 간이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았고

간간이 시멘트 실은 화물차만 덜컹대면서 지나갔다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역사를 뒤덮었고

어둑 거리는 저녁이면 가끔 사람 그림자가 그곳을 어슬렁 거린다고 누군가가 수런거렸다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귀신이 산다고 얼씬거리기를 꺼려했다


어느 날 부랑자 하나가 역사에 찾아와 한아름 꽃다발을 내려놓고 가는 걸 봤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쫓아 가보니 정말 장밋빛 꽃들이 한 다발 피어 있었다

그리고 꽃신 한 켤레가 고이 놓아져 있었다


사람들은 귀신이 다녀간 것이라고 수군대며 그곳에 주련을 쳤다

가을마다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며 역사를 덮었고

밤마다 귀신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역사의 이름은 주련 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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