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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房

by 시인 화가 김낙필





누운 채로 침대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숲이다

지척으로 자귀나무, 메타쉐콰이어, 당갈나무, 감나무, 뽕나무가 보인다

가지들 꼭대기 위로 푸른 하늘 흰 구름이 흘러간다

명당, 천혜의 잠자리다


내겐 오래된 방 들이 많았다

해변 모텔

골목 언덕길 여인숙

벼랑 위 펜션

오성급 호텔방

야자수 리조트

일출을 보던 민박집

하얀 서리 내린 들녘에 허수아비가 보이던 방

새벽안개 자욱하던 양곤 강가의 방


이 한 생에

얼마나 많은 방을 헤메였던가

사랑에 목말라하며

바람이 지나가던 방에 누워서

어떤 사유의 날들을 지냈는가


지금은 골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 향기를 맡는다

흡족한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기껏 한 몸 간신히 누이는 초라한 방이지만

창문을 열면 사계절이 들어오고

눈비가 몰아치는 세상 안에 있다


아, 명당이다

나의 방은 광활한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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