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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내 房
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13. 2021
아래로
누운 채로 침대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숲이다
지척으로 자귀나무, 메타쉐콰이어, 당갈나무, 감나무, 뽕나무가 보인다
가지들 꼭대기 위로
푸른 하늘 흰 구름이 흘러간다
명당, 천혜의
잠자리다
내겐 오래된 방 들이 많았다
해변 모텔
골목 언덕길 여인숙
벼랑
위 펜션
오성급 호텔방
야자수 리조트
일출을 보던 민박집
하얀
서리 내린 들녘에 허수아비가 보이던 방
새벽안개
자욱하던 양곤 강가의 방
이 한 생에
얼마나 많은 방을
헤메였던가
사랑에
목말라하며
바람이 지나가던 방에 누워서
어떤 사유의 날들을 지냈는가
지금은 골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 향기를 맡는다
흡족한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기껏 한 몸 간신히 누이는 초라한
방이지만
창문을 열면 사계절이 들어오고
눈비가 몰아치는
세상 안에 있다
아, 명당이다
나의 방은 광활한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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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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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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