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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먹으러 가자

by 시인 화가 김낙필





밤바다 주문진 항에서

쥐치, 우럭, 광어, 오징어 살

갈기갈기 발라놓고

소주 한잔 들이켠다


사망한 살들은 좀 전에 수족관에서 살아 숨 쉬던 육체들

멀리 동해 바다에서 잡혀온 노예들이다

영문 모르고 회가 됐다


사람들이 먹는 것은

바다뿐이 아니다

소의 들판도 먹고

돼지의 구정물도 먹는다

끝내 양을 고치에 꿰어 참나무 숯도 먹는다


주문진항은 물회도 유명한데

배 터지게 먹은 인간들은

복어 배처럼 배를 탕 탕치며

낙지 탕탕이도 곁들인다

거나하게 취한 바다는 쉴 새 없이 게거품을 쏟아내고

한계령을 향해 활을 쏘아댄다

화살나무처럼ᆢ


회 먹으러 가자

발라낸 육체 말고도

화석 닮은 뼈다귀와 내장마저

팔팔 끓여 쑥갓 올려놓으면

그들의 매운탕

체액마저 시원하게 우려 마시고 오줌 한번 갈기고 나면

밤이 깊다


왜 회가 먹고 싶었을까

땅의 육질과

바다의 육질과

사람의 육질은 다를까


바다를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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