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서장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환웅은 자신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두 존재, 하얀 호랑이와 검은 곰에게 물었다.
‘저 둘은 보통 짐승이 아니구나. 나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들의 뜻을 전하고 있어.’
자신이 하늘에서 나와 신시를 건설한 후 맹수의 우두머리들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저희가 하늘에서 오신 분께 청이 있사옵니다.”
“저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십시오.”
호랑이와 곰이 동시에 뜻을 전하기 시작하였다.
야수라 하나 가진 능력이 뛰어나고 이 땅의 생물들 중 한 종족의 우두머리인 이들이 나약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환웅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력한 힘을 지닌 그대들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환웅의 물음에 검은 곰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나약합니다. 하지만 그 정신은 강하지요.”
하얀 호랑이도 답했다.
“저희에게 없는 지혜와 배움으로 그 정신을 이어나가고 서로를 돕지요.”
굳건한 그들의 대답에서 강한 의지를 느낀 환웅은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알겠다. 그러나 인간이 되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인데 가능하겠느냐?”
하얀 호랑이와 검은 곰은 온 산이 울리게 포효하며 기필코 이겨내겠다고 결심했다.
“태양이 들지 못하는 어둠에서 새로운 날의 시작과 지나는 날의 그침을 보지 말고, 땅의 정기를 모아 부정함을 씻어내는 쑥과 마늘만으로 자신을 채워라. 그리해 백날을 채우면 인간이 될 것이다.”
하얀 호랑이와 검은 곰은 환웅의 약조를 받고 동굴에 들었다. 쓰고 고통스럽고 어두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약속의 날이 다가오던 어느 날, 환웅이 동굴에 들었다.
“하얀 호랑이여, 그대의 힘이 필요하구나.”
호랑이는 환웅의 뜻을 몰라 물었다.
“한낱 미물인 저의 어떤 힘이 필요하십니까?”
환웅이 침통한 어조로 호랑이에게 부탁하였다.
“하늘의 문이 열려 내가 이 세상에 내려왔을 때, 천지간의 동등한 이치로 땅의 문도 열렸구나. 사악한 기운을 지닌 야수족과 어둠에 물든 영혼들이 방황하며 인간들의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진실을 알아보는 너의 힘이 필요하다.”
여전히 호랑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환웅이 말했다.
“야수족과 어둠의 영혼들은 인간의 탈을 쓸 것이다.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너의 밝은 눈과 맹수의 왕인 너의 강인한 힘으로 그들을 없애다오.”
호랑이는 두려웠다. 너무나 크고 중요한 임무였다.
“인간 세상을 구하란 말씀 아닙니까? 저에게는 너무 큰 짐입니다. 다른 이를 시키소서. 저는 평범한 인간으로 한 생을 살고 싶습니다.”
환웅이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하였다.
“하얀 호랑이야, 지금 그런 능력을 지닌 이는 너뿐이다. 물론 이 길은 험난하고 외롭고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하나 네가 인간 세상을 도와주지 않는 다면 많은 인간들이 도탄에 빠질 것이다.”
호랑이는 검은 곰을 보았다. 같이 인간이 되기로 한 친구였다.
“그럼 검은 곰도 같이 갑니까?”
환웅이 아니라 고개를 저었다.
“검은 곰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인간 세상이 조금이라도 질서 있고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다스려야 한다.”
호랑이는 환웅을 보고 결심을 했다.
“부족하겠으나 최선을 다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환웅이 호랑이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기원과 염원을 담은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호랑이의 신체가 변하였다. 긴 검은 머리에 길쭉한 팔다리를 지닌 장신의 날렵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환웅이 당부했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 사악한 존재를 멸하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환웅의 명으로 세상 밖에 나온 백범은 인간 마을로 향했다. 그러다 자신의 집이었던 숲을 돌아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백범은 발걸음을 돌렸다. 어딘가 숨어 있을 야수족과 어둠의 영혼들을 처단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