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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시 Jan 08. 2022

위로풀이

진실이 껴안는 방식

식당 문을 나서자 보이는

길모퉁이 소주병 잔해는

술에 취해 말이 없다

잦아든 석양 뒤로

가로등을 광원 삼아

살아남은 건 눈빛뿐이다


모래,

그 눈빛의 모래가 보고픈 나는

밑창의 입장 따위 개의치 않는다

으드득 브스러지나, 적막한 시선으로

아스팔트에 스밀 뿐이다


연녹한 시선은

손끝의 입장 따위 개의치 않는다

살갗을 파고들며 소곤히

당신이 거니는 해안가 유리돌 되어

당신의 손에 안기는 상상을 하였습니다, 할 뿐이다




원인을 쫓는 발길은 신발 밑창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주워든 사실은 날카롭게 살갗을 파고든다.

진실이 껴안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사실을 그러쥔 채 파도에 휩쓸려야 하는 까닭은

그 안의 진실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리돌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커버사진: Photo by Sara Codai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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