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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Dec 12. 2018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

자문위원: 박혜화 웨이코리아 대표

 ** 웨이코리아(WeiKorea): 2012년 설립 후 웨이보, 위챗, 왕홍과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 전문 마케팅 회사. 롯데, 설화수, 지마켓 등 국내 유명 브랜드의 중국 온라인 소셜 계정 운영 중.       

 

위챗 계정이 없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초록별 지구를 바라보는 사람이 그려진 이미지를 보면 떠오르는 앱 서비스가 하나 있습니다. 가입자 수 10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대표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웨이신)’입니다. 위챗을 운영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텅쉰)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천 억 달러 돌파한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 20년 동안 2만 5천 건의 글로벌 특허를 신청하며 끝없이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위챗을 ‘중국판 카카오톡’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위챗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친구 페이지 서비스는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페이지라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으니 그것들의 종합 버전이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웨이코리아의 박혜화 대표 이야기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의 실물 경제는 위챗이라는 작은 우주 안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위챗 서비스에서 ‘공식 계정’을 뜻하는 ‘공중하오(公眾號:공중계정)’는 기업들의 중국 비즈니스 마케팅의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 및 페이스북의 ‘페이지’와 같은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중국의 새로운 쇼핑 트렌드인 웨이상청(微商城, 위챗을 기반으로 한 상점) 운영을 위해선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공식 계정입니다. 현재 2천 만 개가 넘는 공중계정이 존재하며 상인 개인뿐 아니라 법원과 같은 정부 기관과 미디어, 기업, 단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제 2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위챗에 계정이 없다면 어떤 사람도 가게도 정부 기관도 중국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챗을 이용하면 쇼핑패턴 등 데이터 분석을 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정밀 마케팅도 가능해집니다. 이미 단순한 메신저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인 것입니다.      



 웨이코리아의 박혜화 대표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SNS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지적했습니다. 한류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고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말입니다. 또한 오픈된 플랫폼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위챗의 다양한 서비스는 연구하지 않고, 중국산보다 한국 제품이 뛰어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내세워 온라인 상거래의 시장 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것들을 놓지고 있는 것일까요?      

    

1. 한류 스타 팬 말고, 진짜 팬(고객)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대부분 ‘한류 스타’를 먼저 내세웁니다. 전지현이나 EXO를 내세우면 당장 반짝 인기를 끌 수는 있겠지만 금방 면세점의 보따리상들이 따이거우(구매대행)로 중간 마진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진정 중국 시장 내에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인지도가 생기거나 처음 진출할 때부터 확실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중국에는 ‘팬 경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충성 고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서 위챗과 같은 SNS마케팅이 필수적입니다. 전문적으로 위챗 공식 계정을 운영 관리하고 시시때때로 적절한 모멘트를 띄우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려는 팬의 마음처럼 해당 브랜드의 이벤트와 관련된 소식을 습관처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밀한 타게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위챗은 여러 군데서 만나는 소비자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탁원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소비자 분석을 해서 어떤 매체로 유입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고 이를 그룹화해서 쿠폰을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위챗 계정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거나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전략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저 별다른 의미가 없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한국 본사에 뭐라도 했다는 식으로 보고하는 게 끝인 경우가 많습니다.      


2. 제품이 아닌 플랫폼 중심 생태계를 이해해야 한다


 시장의 파이 자체가 큰 중국은 경쟁 속에서도 파이를 나눠먹으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경쟁사라도 개의치 않고 협력하는 ‘합리성’이 최우선시 된다는 겁니다. 위챗이 새롭게 선보인 상거래 장터인 ‘샤오쳥쉬(小程序)’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어로 미니 프로그램이라는 뜻의 낯선 서비스는 일종의 모바일 앱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위챗 앱 하나만 있으면 100만 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앱을 다운로드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사용자는 휴대폰 저장 공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앱 개발자는 iOS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단순히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5'만 개발하면 된다는 장점 때문에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현재 2억 명이 넘는 유저가 사용 중인데, 이익이 되거나 편하면 곧바로 받아들이고 바꾸는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위챗이 일찌감치 공개한 오픈 API로 개발하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장터 안에서 한국 어플리케이션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플랫폼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의 공짜 자원들을 200% 활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3. 더 이상 가격과 품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국 물건은 더 좋으니까 비싸도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타오바오나 징동에서 다른 브랜드의 같은 물건이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검색도 해보지 않고 한국에서와 같은 높은 가격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싼마이에서 가성비를 뛰어넘어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고려하는 소비 업그레이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낮은 가격에 품질이 뛰어나면서 선진적인 디자인까지 갖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기업인 ‘메이디(美的)’는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재고 없는 공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저 싸고 덩치만 커다란 중국산 전자제품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있습니다. 가구 브랜드 ‘짜오쭈어(造作 [zàozuò])’는 해외에 없는 것을 중국 내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북유럽 디자이너가 디자인하는 시스템입니다. 중국 자체 소매 브랜드인 ‘미니소’ 역시 일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값싼 시장’으로 착각하며 한국 브랜드의 ‘부심’만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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