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3세대 BAT-2편
2편
14억 명이 매일 카톡을 쓴다면?
중국의 차세대 IT 기업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14억의 중국 소비시장의 빈틈을 최신 4차 산업 기술로 기막히게 채웠다는 점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루 24시간 전송하는 문자와 음성과 이미지, 동영상 데이터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말 그대로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그와 동시에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나 음성인식과 같은 첨단 기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무리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라고 해도 폭증하는 데이터 총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시작하든 빅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서비스 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치열한 소비자 분석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쯔단돤신(총알단신:字彈短信)이라고 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스마티산(smartisan)이라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만든 SNS 앱입니다. CEO는 나영호라고 조선족입니다. 지난달 8월 20일 이 서비스가 처음 시작됐는데, 나온 지 3일 만에 APP스토어에서 1위를 하고 지금 800만 명 정도 가입자를 모았거든요 한 달 만에. 위챗은 중국에서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과 같은 존재인데 얘네들한테 도전장을 내민 거예요. 진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것.
중국의 SNS 라고 하면 QQ나 위챗 정도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5천만 한국인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쓰는 것처럼 14억의 중국인은 한 두 개의 SNS만 이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윤재웅 센터장님은 1,2,3선 도시와 연령대, 취향별로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 서비스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는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심지어 한국에 유학중인 중국인 학생들에게도 생소한 최신의 SNS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중국어가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채팅하기 굉장히 불편한 문자예요. 그렇기 때문에 위챗은 음성으로 하는 서비스를 처음 내놓았기 때문에 공전의 히트를 쳤는데. 이걸 한번 써보시면 알겠지만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들어야 하거든요? 3초짜리, 7초짜리. 이게 편하기는 하지만 일일이 다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또 음질이 안 좋아서 잘 안 들립니다. 아까 말씀들인 총알단신은 “우리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바로 텍스트로 전환해줄 수만 있으면? 훨씬 더 편하겠다” 이걸 텍스트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음성으로 녹음을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전환되어 뜹니다.
4년 전 중국에서 공부할 때 중국 친구들이 문자 메시지만큼이나 음성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어는 본질적으로 음성 언어 전송에 더욱 적합한 언어였습니다. 위챗이 공전의 성공을 하게 된 계기도 버튼만 누르면 음성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간편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이 서비스를 한 단계 뛰어넘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음성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번거롭다. 그렇다면 그 음성을 곧바로 문자로 풀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보자. 중국인이 숨 쉬듯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의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거대한 SNS 서비스 시장의 판을 아예 새로 깔게 된 것입니다.
나영호가 얼마 전에 언론에서도 말했지만 자기가 지금 향후 6개월 안에 10억 위안 우리나라 천 600억 정도를 들여 1억 명의 가입자를 모으겠다. 위챗을 따라잡기 위해서. 이런 거대한 비전을 밝힐 정도로. 유력한 차기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데는 중국의 ‘시리(SIRI)’라고 불리는 세계 1위 음성 인식 기술이 있었습니다. AI 음성 인식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科大讯飞)’은 동사의 음성 인식 정확도 99%, 이미지 판독은 92%로 실제 이미지, 음성, 얼굴 식별 기술을 겨루는 글로벌 대회인 블라자드챌린지에서 마이크로 소프트,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강자였습니다. ‘쯔단돤신’ 서비스에 적용된 기술인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쉰페이팅젠’과, 동시통역 서비스인 ‘샤오이통역기’로도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현재 중국 내 음성인식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오포, 비포, 샤오미 등 대부분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이곳의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쯔단돤신은 강한 기술력이 소비자 니즈와 잘 맞아 떨어져 단숨에 IT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게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강자 ‘핀둬둬(拼多多)’입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하면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몰과 징동 정도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플랫폼은 그 둘이 아니었습니다. 2015년 9월에 창립된 스마트폰 쇼핑앱 핀둬둬는 앱을 통해 친구 가족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누군가와 함께 공동구매를 진행해 최저라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신개념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3억 명의 이용자를 모았고(알리바바 5억 명) 2018년 7월 26일 미국에 상장했습니다.
핀둬둬의 최대 주주가 텐센트입니다. 덕분에 마케팅 비용을 현격하게 줄였어요. 자기가 물건을 사고 나서 위챗 플랫폼에 있는 다른 사람이 구매하면 함께 묶어주는 방식으로 대량 공동구매를 성사시켜주는 방식입니다. 운영 비용을 철저하게 낮우고 징동 알리바바보다 단가를 철저히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한국 사람들도 공동구매에 익숙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까페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좀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즐겨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AI 기술을 통해 수천, 수억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결하자 또다른 거대시장이 생겨났습니다. 이처럼 2세대 IT 기업들은 1세대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어쨌든 차별화된 비즈니스 포인트를 잡아 빠르게 변화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