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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y 21. 2020

[6]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다이어트 책을 읽는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지

 천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한 주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다이어트 책을 100권 읽는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잖아요. 책 한 권을 읽었으면 새롭게 알게 된 한가지를 행동으로 옮겨야죠. 그래야 인생이 바뀝니다."


 연이어 주식투자자가 쓴 책을 리뷰하게 된 나도 반성한다. 나는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계좌를 만든 적이 없다. 복권을 사지도 않으면서 로또 맞게 해달라고 비는 사람이다. 그 대신 주식을 하는 남편에게 저녁을 먹으며 한 소리할 수는 있다. 기아차를 계약해 기다리고 있고, 서핑과 다이빙에 많은 돈을 쓰는 우리에겐 삼성전자 대신 배럴과 기아차 주식이 더 옳은 선택이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의 저자 피터 린치는 주식이 차트 위의 숫자에 불과하다는 환상부터 깨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의 가격이란 곧 해당 기업과 그를 둘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의 심리와 기업 내부 의사결정, 정치, 사회적인 외부 변수들로 인해 저평가되거나 과대평가되기 쉽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공한 주식 투자를 하려면 그렇게 왜곡된 외피를 거둬내고 진짜 기업의 가치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당 기업에 대한 실용적인 지식을 가지고 나면 인내심을 가지고 이익이 실현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상한 점은 사람들은 자신이 전문가인 분야는 거들떠 보지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신세계'에 투자한다는 거다. 이름이 세련되고, 세간의 주목을 받는, 최첨단의 미래형 사업을 하는 기업의 주식을 너도나도 사들인다. 린치는 이를 두고 단호박의 문장을 남겼다.


"흥미진진해 보이는 고성장 업종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정작 스릴이 넘치는 일은 주가 하락을 지켜보는 일밖에 없다."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린치의 글을 읽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앞으로 다가올 일 대신 실패한 과거를 붙들고 사는 마음, 월스트리트에서 주목받는 '신예'라는 말만 듣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덥썩 몇 만 주를 사들이는 마음. 주식을 한 주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심지어 나처럼 주식을 사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결국 요행과 한탕을 바라는 도박사의 그것이다.


 그렇다고 주식 시장에 대해 실망하게 되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주식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젊은 시절 처음으로 산 항공사 주식 덕분에 대학 등록금을 벌 수 있었다는 린치의 담담한 조언은 주식 뿐 아니라 인생의 그 어떤 선택에도 냉정한 판단과 인내심, 그리고 약간의 운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두 다리로 서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그 조건과 환경을 몇 배는 더 좋은 것으로 바꿀 방법을 고민해 찾아내는 것이 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그 어떤 전문가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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