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올라가는 가격표 숫자만큼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있을까?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골치 아픈 경제 기사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 했던 듣똑라의 이현 기자 말을 듣고 바로 샀던 책이 무심히 친구네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친구 역시 듣똑라를 즐겨 듣는다는 걸 알게됐고 반가움은 반쯤 읽다 포기했던 이 책을 다시 손에 쥐게 만들었다. 300개의 질문에 대한 300개의 답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백과사전식으로 쓰여져 있다. 만약 지금 도대체 금리가 뭔지, 석유 가격이 왜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는지, 환율과 채권이 어떻다는 건지 막연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그에 해당하는 챕터를 열어 읽어보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초판 발행 후 증쇄와 증보를 거듭하고 있는 이 책은 경제기사 독해의 <수학의 정석> 쯤 되는 것 같다. 수학의 정석 마지막 장이 무엇인지 가물가물한 것처럼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통째로 삼키는 건 내게 불가능했다. 새벽에 일어나 감길듯한 눈으로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얼추 절반을 넘겼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은 다음에 이런 게 궁금하면 이 책을 다시 열어보면 되겠다는 생각 정도다. 어찌됐든 리뷰를 남겨야 하니 내가 잠결에 접어두고 밑줄 그어둔 부분을 다시 한번 찾아보니. 이 경제기사 사전에서도 당장 나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질문과 사실들을 몇가지 건져낼 수 있었다.
이 세상엔 두가지 시장이 있다. 서비스와 재화가 실제로 거래되는 '실물시장'이 있고, 그 거래를 위해 필요한 화폐를 거래하는 '금융시장'이 있다. 물건의 가치가 가격표로 표현되는 것이라면 계속해서 올라가는 물가나 6수십배씩 오르는 주가는 곧 그만큼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세상은 매일 새롭게 가치 있는 무언가가 생겨나고 있는 걸까. 내가 아는 세상과 인간은 그렇게 생산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데 말이다. 이 책에 언급된 한 숫자만 봐도 2017년 말 기준 글로벌 부채는 gdp의 2배가 넘는다. 1인당 평균 부채액도 평균 소득의 2.5배를 넘는다.
부채 또한 자산이며, 금융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의문점은 남는다. 석유수출국 기고는 감산으로 원유 부족을 부추겨 시장의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선물매매가 과열되면서 얼마 전 기름은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경제 기사를 주의깊게 읽어야 하는 이유는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별해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미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된 상황에 자신을 어떻게 잘 끼워맞출까에 가깝다.
개인과 기업, 은행과 정부가 가격표에 적힌 숫자대로만 행동한다면 쉬운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제통계나 경제기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숫자나 사실에도 해석과 의도가 덧붙여져 있다. 이 문답집은 그 많은 정보 가운데 나 자신에게 필요한 진짜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 가운데 금이나 달러, 채권 투자가 이뤄지는 방식 은행 예금은 약정 이자율이 아닌 이자소득세를 제한 나머지만을 이자로 돌려둔다는 알짜 정보들을 제공한다. 직접 투자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 정보에 귀를 닫거나 까막눈인 채로 살겠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조금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