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복싱대회 도전기

D-68 일단 하체 일단 체력

by 민지숙

새벽 출근을 해야 하는 오늘은 3시 50분쯤 눈을 떴다. 11시 50분쯤 퇴근을 해서 복싱장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었다. 몇 달 전 손목을 다쳐 깁스를 했을 때도, 이렇게 잠을 제대로 못자고 운동을 하러 온 날이었다. 그렇다고 새벽 당직 때마다 운동을 건너 뛰면 또 오기가 귀찮아지니 되도록이면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게 좋다. 대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했다. 손목을 다쳤을 때 일주일은 운동을 아예 쉬어야했고, 그 다음부터는 주먹을 뻗을 때마다 찌릿한 느낌에 몇달은 몸을 사리게 되었다. 어떤 운동이든 재밌게 계속하려면 다치지 말아야 한다.


오랜만에 오후반 코치님에게 수업을 듣게 됐다. 나에게는 좀더 호랑이 선생님 같은 분인데, 주로 새벽에만 나오다 보니 뵐 일이 많지 않다. 역시 새로운 스탭을 가르쳐 주시더니 본격적인 체력운동에 들어갔다. 기껏해야 20센티미터 좀 넘을 것 같은 플라스틱 단상 하나로. 하체 근육을 통째로 불태울 수가 있다. 3분 3라운드를 서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용하다 생각되는 지금은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게 최우선이다. 코치님이 하라는대로 하는데, 거기에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정말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하필이면 정수기도 필터를 교체 중이었다. 잠이 부족한데, 오늘따라 격한 체력운동에, 입을 가린 마스크엔 침인지 땀인지 진뜩 고여있었다. 물을 먹지 못하니 침을 모아 삼키면서 숨을 셱셱 몰아쉬었다. 주먹을 뻗는 것도 좋고, 스탭을 밟는 것도 좋고, 샌드백을 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지난주 스파링 연습한 날에도 나머지 연습은 그냥 제자리에 서서 원투 펀치를 100번씩 뻗는 동작이었다. 누가 마지막까지 자세를 잡고 주먹을 내느냐. 지금은 주먹의 무게보다는 갯수 자체가 더 중요하다. 이렇게 매일 온몸이 후끈해지는 한시간을 보내면 조금씩 조금씩 더 많이 휘두를 수 있게 될거라 믿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활복싱대회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