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손, 계속 들고 있기

d-65 생활복싱대회 도전기

by 민지숙

앞에 서있는 사람을 맞출만큼 주먹을 내려면 얼마나 멀리 뻗어야 할까. 주먹을 한번만 내도 된다면 있는 힘껏 휘둘러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주먹, 그 다다음 주먹을 계속해서 뻗을 수 있느냐다. 너무 멀리 뻗어버리면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그대로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그 사이 상대방의 주먹이 날아온다면 피할 수 없을테고, 3분이 아니라 3초만에 경기가 끝나게 될 수 있다. 유효한 타격이 될 수 있을만큼만 손을 뻗으면서 상대방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기 위해서는 '앞손'인 왼손의 역할이 중요하다


거울을 보면서 하나씩 새로운 스탭을 배울 때에는 뻗는 손 반대손은 무조건 턱 옆에 대는 것이라 배웠다. 상대방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호막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앞손을 최대한 멀리 뻗어 둔 채로 버티는 것이 과제가 됐다. 오른쪽으로 살짝 비틀어 섰을 때 왼 주먹이 나갈 수 있는 가능한 먼 거리. 그게 나의 '사정거리'가 되는 것 같다. 그 주먹은 앞에 날아오는 주먹들을 가볍게 쳐내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그 주먹보다 내게 가까이 들어왔을 때 오른손을 뻗는 기준이 된다. 무턱대로 상대방을 향해 몸을 움직이면 나의 균형을 잃을 수 있으니 부표처럼 항상 허공에 떠있는 앞손을 기준삼아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는 것이다.


한쪽 팔을 거의 쭉 뻗은 채로 들고 있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왼팔이 저릿저릿한데 마음대로 내릴 수는 없으니 손들고 벌을 서는 것 같았다. 3분 내내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은 끊임없이 주먹을 내야 한다. "주먹 수를 더 많이, 더 많이" 계속해서 주문하는 코치님의 말에 양팔뚝의 고통을 견디며 허우적허우적 주먹을 내밀었다. 중간부터 지쳐서 대충대충 휘두르는 모습을 보셨는지 코치님이 분홍색 작은 아령 두개를 들고 오셨다. "이제 이걸 들고 주먹을 낼거예요"


알통을 만들겠다고 뽀빠이처럼 몇번 아령을 들어본 적은 있다. 그런데 양손에 아령을 하나씩 들고 원투원투 주먹을 내 본 건 처음이었다. 1분이나 지났을까 팔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고, 기합을 넣어도 더 앞으로 뻗어지지가 않았다. 상대방을 가격하는 주먹이 아니라 에어로빅 동작을 하듯 양팔이 왔다갔다 움직이기만 했다. 아 정말 못해먹겠다. 중간중간 몇 초씩 현타가 오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 3분을 버텼는데. 그 다음 곧바로 아령 없이 맨주먹으로 주먹 뻗기가 이어졌다.


갑자기 양팔이 새털처럼 느껴졌다. 무거운 것을 들다 그것을 내려놓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정말 단순한 조련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투원투원투 앞손을 들고 있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신나서 슉슉 주먹을 뻗었더니 결국 그것도 3분을 못채우고 지쳐 버리긴 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좀 더 자신감이 붙은 기분. 항상 팔과 등 허리, 상체 근육에 자신이 없었던 내가 이런식으로 조금씩 팔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아령 들고 주먹 내기에 이어진 훈련은 '10초 주먹 + 10초 휴식'을 10세트 반복하는 것이었다. 10초 동안 실전처럼 있는 힘껏 주먹을 내다가 10초 동안 스탭만 뛰고 또 다시 10초 전력으로 주먹을 내는 것이다. 처음 2~3세트는 재미있었다. 실전처럼 퍽퍽퍽퍽 아무 생각 없이 치기만 하는 게 좋았다. 그런데 5세트가 넘어가니 10초가 5초처럼 느껴지디고 하고 30초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호흡은 이미 엉망인데 일단 '10초, 10초'를 외치는 코치님의 말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이 두 가지 연습에 대해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줄 몰랐다. 고양이 펀치처럼 '앞손'을 들고, 경주마처럼 10초 단위로 전력으로 질주한다. 이렇게 두달을 하다보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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