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영화 「줄리&줄리아」를 재밌게 봤다. 메릴 스트립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매일 하루 한 두 개의 레시피를 정복해나가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다. 주인공 줄리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고 난생 처음 해보는 재료의 손질이나 퇴근 후의 피로감을 이기면서 조금 힘에 부치게 요리를 완성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녀의 롤 모델이던 줄리아 역시 완벽이나 능숙함보다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요리를 취미로 배우는 여느 부인들과 달리 전문 요리학교에 들어가 프랑스 요리를 마스터하기 위해 겪는 우여곡절이 이어진다.
왜 그런 걸 해? 왜 굳이? 남들이 하지 않는, 그보다는 알아봐주지 않는 프로젝트에 열심인 누군가에게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제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어딘가 ‘쓸데없어’ 보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전화 상담원이면서 매일 저녁 요리 레시피 하나를 정복하기 위해 애쓰는 줄리, 그리고 그것을 하루하루 블로그에 기록하는 그녀는 원래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굳이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그녀는 지루한 출퇴근 길에 발견한 줄리아의 요리책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았다. 혼자 독창적인 뛰어난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니지만 줄리아의 레시피를 하나하나 따라해보며 그녀 역시 자신만의 분위기와 작가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간다.
바디프로필 준비기에 영화 이야기를 길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루 종일 운동과 먹을 것 생각만 하며 보낸 내가 지금 이렇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에 문득 진주목걸이를 한 줄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대에 서는 배우나 모델도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 한 명이 하루종일 단백질을 몇 그램 먹을지 운동은 몇 분을 할지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쓸데없는 열심’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1월 11일 오늘 하루를 거의 마무리했고, 먹을 것 생각을 많이 하긴 했지만 비교적 평온한 마음으로 저녁 샐러드를 준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먹방 영상을 보는 시간이 전보다 늘었지만 82일이면 줄리처럼 고군분투하며 결국엔 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식단
8시 20분 아침: 계란 2개 + 토마토 1개 볶음(토마토가 너무 안 익어서 계란만 먹음)
11시 30분 점심: 닭가슴살 소세지 1개 + 냉동 야채 볶음 1봉지(이거 진짜 더럽게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