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d-79, 그거 게임 같은 건가?

다음 판이 있으니까

by 민지숙

오늘 하루도 천방지축 얼렁뚱땅 지나갔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와서 잠들기 전에 서둘러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저녁 먹고 침대에 앉기까지 하루종일 우다다 걸어 다녔다. 나중에는 좀비처럼 스르륵 걸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딱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힘들었다.

“그거 게임 같은 거냐?”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살을 뺀다는 딸에게 엄마가 묻는다. 생각해보면 몸으로 하는 게임에 가까울 수도 있다. 내 캐릭터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또 새로운 경험치를 쌓아간다는 점에서? 크고 작은 퀘스트가 이어지고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적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자는 점에서도?


오늘의 난이도는 중상 정도였다. 아침으로 챙겨간 훈제 닭가슴살은 점심시간에야 허겁지겁 먹을 수 있었고, 기가 빨려서 결국 스타벅스 토스트 한 조각에 기운을 얻었다. 터덜터덜 퇴근해서는 남편이 차려둔 양배추카레에 스팸 한조각도 먹었다. 오늘은 이 정도는 먹어줘야 타산이 맞을 것 같은 날이었다.

게임에 푹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랜덤으로 정해지는 난이도에 나름 잘 대처해나가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 하루를 무사히 넘긴 게 기특하기도 하고 어제와 달라진 내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좋다. 재택 할 때처럼 온전히 짜여진 식단은 아니었지만 딱 배부르기 전에 멈출 수 있다는 게 새삼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왔다.


내가 하는 게임이 어딘지 재밌어 보이는지, 남편도 달라졌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만 있던 사람이 갑자기 내 요가매트를 꺼내더니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노올라운 변화다.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처음 사귈 때 클라이밍을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했는데, 몇 년 만에 자발적으로 몸을 푸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 게임의 끝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사실 뭐든지 게임처럼 하면 어깨에 힘들어갈 일도 없고, 그렇게까지 서운할 일도 없어 좋을 것 같다. 언제든지 다음 판을 시작하면 되니까. 몸도 마음도 언제나 새로 버튼을 누를 만큼의 여유는 남겨두고 싶다.


식단

아점: 닭가슴살 1팩

점저: 스타벅스 토스트 3/4

저녁: 양배추 카레 + 밥 반공기


운동

심으뜸 복근 챌린지 + 스쿼트 챌린지 ++++출근과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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