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끼 치팅데이. 어제 저녁으로 먹은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만 해도 얼마나 맛이 있었나. 일요일인 오늘 반드시 피자 아니면 고기를 먹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로 지난 며칠 동안 몇 번이나 그 음식의 맛을 상상했는지 모르겠다.
자칫 ‘입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몇 번이나 들었다.무리한 치팅으로 속이 불편해지거나 그 이후에 따라오는 식욕을 참기 못해 식단 포기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경험담이 무수했다. 그래서 사실 조금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믿을 수 없는 게 나 자신이다.
너무너무 맛있는 밥 한 끼를 먹겠다는 생각에 주말이지만 이른 아침 미라클모닝을 했다. 새벽부터 가벼운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을 이어나갔다. 깜깜한 새벽 혼자 앉아서 맛있는 고기를 상상하니 들뜨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동이 틀 무렵, 아침 탄수화물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 바닷가 편의점까지도 도보로 걸었다.
아침 식사로 요거트와 그래놀라를 먹으면서 이미 설렜다.이 다음 식사는 정말정말 맛있는 한 끼가 될 거다. 며칠째 피자와 고기를 고민했지만 결국 소고기를 먹기로 마음을 굳히고 대신 유산소 운동 삼아 설악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날이 너무 추워서 그냥 평지를 오래 걷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케이블카를 타려던 계획은 강풍으로 포기해야 했지만, 대신 얼음이 낀 폭포를 보고 오기로 했다. 지도에 적혀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반. 몇 키로 안되는 거리지만 점심 먹기 전까지 딱 알맞은 시간인 것 같았다.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패딩 점퍼에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두 시간 가까이 걸었다.
막바지엔 거의 다리가 풀렸다. 자동차 뒷자리에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그 사이 남편은 양양의 한 고깃집까지 운전을 했다. 비몽사몽간에 주문한 음식은 등심 2인분 400g에 육회비빔밥. 등심에, 육회, 비빔밥, 그리고 된장찌개였다. 먹는 걸 두고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맛있고 배가 참 불렀다.
등심 200g은 430kcal정도인데 그 안에 단백질은 40그램이 들어있다. 비싸서 많이 못 먹지만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다. 사실 고기 한 덩어리에 배가 부르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1인분에 육회비빔밥 반 그릇을 먹으니 배가 꽉 찼다. 상추 야채에 된장찌개 두부도 열심히 먹어줬다. 아주 호화로운 치팅이었다.
내친김에 카페도 가기로 했다. 든든히 먹은 김에 후식까지 챙겨먹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딸기 초코 블루베리 종류별로 펼쳐진 디저트를 한창 구경하다가 결국 아메리카노 한 잔만 주문을 했다.
무리한 치팅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첫 번째 이유였지만, 둘째로는 정말로 배가 꽉 찬 느낌이었다. 케익이 맛이 있어 보였지만, 이미 포만감이 충족된 상태에서 보니 케익이 정말 예쁜 케익으로만 보였다. 케익은 그래, 케익 맛이지. 근데 그걸 굳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분을 내기 위해 에그타르트 한 조각 집을 만도 한데 딱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매끼 이렇게 든든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칼로리는 제한하되, 포만감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어준 뒤 적당히 멈추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먹어치우겠다는 작심을 한 날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확실히 식단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아야 유지하기 더 쉬워진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