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별장은 바다에서 3분 거리에 있다.직선으로 걸어내려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해변이다.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은 사실 달리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지만, 해변을 따라 잘 깔려있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은 가볍게 뛰기에 아주 좋다. 1월 들어 아마 가장 따뜻한 주말인 것 같은 오늘 ‘해변 조깅’에 한번 도전해보았다.
후리스 차림에 이어폰을 끼고 60분짜리 달리기 음악 영상을 틀었다.네이버 지도로 보니 집 앞 기사문 바다에서 옆 동네 하조대 바다까지 2.5km 30분 정도 거리가 나왔다. 가볍게 하조대를 찍고 돌아오면 될 것 같았다. 밤새 살짝 내린 비에 공기가 젖어있어 습한 나무와 바다 냄새가 훅 끼쳤다.
서핑하는 사람들,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 해변에 놀러 나온 가족들, 서핑샵을 정리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을 지나쳐 하나 둘 하나 둘 뛰기 시작했다. 쿠션이 좋은 조깅화를 챙겨오지 못해 단화 차림이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 쓰며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매일 차로 다니던 길을 한발한발 뛰다보니 마을의 벽화며 새로 생긴 건물이며 신선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주 가는 곱창집과 삼겹살집, 카페를 지나 하조대 해변가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고 나니 좀 더 멀리 있는 서피비치까지 가봐야겠다 욕심이 생겼다. 여름이면 도로가에 온통 서피비치를 찾는 사람들의 물결이 이어지는데, 한겨울인 1월에도 여전히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관광객 무리들 사이로 땀 냄새를 풍기며 뛰었다가 반환점을 돌았다.
원래 한 5km까지는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 거리가 좀 더 길어졌다. 50여분 동안 7km를 달렸는데 생각보다 몸이 축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확실히 기초체력이 늘어난 게 느껴졌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는 언덕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한참을 뛰었더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낮에는 곤드레밥으로 건강하게 먹었지만, 일요일 저녁 한 끼는 치팅을 하기로 했다. 한 마리에 3천 칼로리 에 육박하는 숫자를 보고 ‘조금 덜’ 살찌는 굽네치킨을 시킬까 고민하다. 이왕 먹는 거 정말 맛있게 먹자 해서 비비큐 황금올리브치킨을 시켰다. 맥주는 양심상 카스 라이트. 막 튀긴 닭을 가져오는 자동차에서부터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치킨 냄새가 잔뜩 풍겼다.
나 자신과의 약속은 딱 3조각이었다. 한 달 만에 먹은 치킨은 역시나 정답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상상하면 웃음이 나는 맛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이었고, 홀짝거린 맥주 한 캔에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충분히 소화를 시킨 다음에는 스쿼트와 복근 운동, 저녁 스트레칭까지 마무리했다. 오늘 먹은 열량으로 내일은 더 기운차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참 좋은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