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오늘 당직 근무로 출근을 해야 했다. 복싱장은 주말에 열지 않고, 퇴근하면 곧바로 강원도 별장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운동을 하기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은 새벽 시간뿐이라고 생각했다. 주말에는 조금 늦은 시간 일어나던 것을 평일과 똑같이 5시에 깨어나 일찌감치 아침 전신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깬 남편은 아직 컴컴한 시간에 스탠드 불빛에 매트 운동을 하는 나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마침 어제 저녁 도착한 통밀빵이 냉동고에 한가득이었다. 어젯밤부터 이 빵들을 맛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출근날이지만 그래도 주말 분위기 좀 내보자 하고 부지런히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팸이나 베이컨 대신 닭가슴살 스테이크가 들어갔지만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주중에 다 먹지 못한 샐러드에 토마토를 썰어 넣고, 계란 후라이까지 넣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아침부터 든든히 배를 채우고 시간 맞춰 보도국에 출근해 하루를 시작했다.
선배 동기들과 함께 먹는 점심은 중국집이었다. 식단 중에는 내 의지로 들어설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곳이지만, 안그래도 남들 쉴 때 일하러 나와서 혼자 샐러드나 삶은 계란을 먹는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 따라 나섰다. 간짜장, 기스면, 잡채밥, 새우볶음밥. 두리번두리번 그나마 칼로리가 낮을 것 같은 메뉴를 고르던 중, 한 유튜브 채널에서 중식당의 다이어트 메뉴는 짬뽕밥이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마침 하얀 국물에 굴이 잔뜩 들어간 사천탕밥 메뉴가 있었다. 국물은 포기하기로 하고 숟가락은 아예 들지 않은 채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먹기 시작했다. 굴과 양파, 목이버섯 등 먹을 수 있는 것들만 골라 먹으며 다른 사람들의 식사 속도를 맞췄다. 배가 부른 듯 알 수 없었지만 색다른 메뉴를 먹었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유난히 햇볕이 따뜻한 날씨에 커피 한잔 들고 한옥마을을 산책할 때까지만 해도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퇴근할 때쯤엔 배고픔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아무래도 점심 식사량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허기가 밀려왔다. 회사 앞에서 대기 중이던 남편이 이삭토스트를 사서 기다리고 있었다. 메뉴 중에서 그나마 한 끼로 삼을 수 있는 범주 내에 있는 스페셜토스트를 골라 우걱우걱 맛있게 먹었다. 역시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싶은 메뉴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지 않는 한 식단을 제대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주말 출근에 대한 보상 심리로 치킨이든 과자든 시켜 먹을까 했지만. 내일 한 끼 치팅데이를 생각하며 참았다. 대신 강원도 아파트에 도착해 뒹굴뒹굴 거리다 스쿼트와 복근 챌린지까지 끝마쳤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시간을 만들려고 했는데 다행히 인터넷과 노트북과 있으면 어디서든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다.이제 70일 남은 일정에, 주말 출근에도 식단과 운동 루틴에 선방을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