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어트 도전기 d-90

강박 없이 식탐 없이

by 민지숙

방금 구운양파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었다. 냉동실에 있던 빵도 꺼내 먹었고, 낮에는 치즈케이크 하나도 다 먹었다. 점심은 김치찜에 계란말이를 먹었다. 지금 이렇게 다시 글을 쓰게 된 건 위기감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다스려왔던 식욕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타이밍인 것 같다.

식탐. 어제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맘모스 빵을 꺼내 물었다. 브라우니와 마카롱을 먹고, 봐두었던 막창집에 가서 모듬 곱창에 전골, 소주와 맥주, 그리고 볶음밥을 야무지게 먹었다. 곧바로 카페에 들어가 케익 두 종류에 빵을 서너개 시켜 라떼와 함께 먹었다. 배가 터질 것 같아 침대에 누워서는 저녁 시간이 되자 냉면에 돈가스를 시켜 먹었다. 남편도 나도 몇 달만의 폭식에 빗속에도 산책을 하며 소화를 시켜야할 지경이었다.

아침 식사는 하지 않았다. 배가 고픈 생각보다는 더부룩한 느낌이 더 컸다.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좋지 않을까 싶어 점심 때까지 속을 비운 뒤에 김치찜을 먹으러 갔다. 쌀밥은 반공기만 먹었지만 고기와 김치찜을 양껏 먹었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혼자 카페를 찾아 치즈케이크를 하나 다 먹었다.


그리고 한 시간을 걸어 헬스장에 갔다. 저녁 출근까지 달리 할 일이 없어서였다. 속은 아직도 더부룩한데 집에 가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아니 오늘 왜 나오셨어요?”


트레이너쌤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일주일은 푹 쉬다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사실 온 몸이 쑤셔 운동다운 운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되는대로 아령을 들거나 스쿼트를 했다.


“체중 느는 거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다이어트 전 만큼 찌웠다가 새로 운동 시작하신다고 생각하세요. 운동 강도는 지금 절반 정도로 낮추고, 식단 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어주면서 몸 회복시켜야 합니다.”

사실 2주 전부터 무릎이 아파 뛰는 운동이나 강도 높은 운동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티쌤의 말에 기운이 나기도 했지만 또 바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꾸역꾸역 30분 걷다가 어영부영 나왔는데, 슈퍼에 들어가 과자 한 봉지를 집어들었다.


한 봉지를 다 먹고서 냉동실을 뒤져 빵을 더 찾아먹고 정신이 든 것이다. 원래 이렇게까지 먹었던가. 정말 먹고 싶었던 건가. 지금 내 상태는 정상이 맞을까. 배가 꽉 차지 않으면 더 먹어도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게 반복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몸은 솔직하다. 그리고 자연의 물리 법칙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먹는 만큼 무게는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절식해온 것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바프 이전보다 더 마음 놓고 먹는다면 내가 상상하기도 싶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다.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당장 오늘 저녁은 클린한 샐러드를 먹어주려고 한다. 물은 충분히 마셔주고 있다. 다음 주 내내 일반식 약속이 잡혀 있지만. 식탐을 부리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앞으로 3달 동안은 유지어트 d-90 일의 기록을 이어나가야겠다. 바프 준비할 때보다도 더 꼼꼼하게 식단을 기록해나가려고 한다. 막연하게 좀 더 먹고, 오늘까지만 먹고, 벌크업을 한다. 운동 강도를 높인다가 아니라. 내가 계획한 식단이 가능한 유지될 수 있도록. 의식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의지가 강한 게 아니라 약한 의지를 보완해줄 제어장치를 여기저기 두는 타입니다. 혼자 무언가를 생각 없이 먹게 되는 환경을 가급적 없애고, 이런 식으로 의식할 수 있는 기록 감시 도구를 마련해두어야겠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려서 스스로 더 많은 타협을 하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식단

아침: x

점심: 김치찜 +계란말이

간식: 치즈케이크 1피스

간식2: 구운양파 1봉지 400kcal + 맘모스빵 1/6조각

저녁: 샐러디


운동

걷기 90분 + 근력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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