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전 마지막 운동이었다. 피티쌤은 전날이라고 무리해서 운동하지 말고 골고루 한번씩만 운동해주고 들어가 쉬라고 했다. 내일 촬영을 위해 기운을 아껴두라는 뜻이었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열고 닫았던 헬스장 락카 안에 텀블러에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구나.
마지막까지 준비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푸석해진 머리에 클리닉을 받고, 귀걸이며 복싱 장갑이며 소품들을 구하느라 동동거렸다. 내일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난 3달 동안 촬영을 위해 온갖 생각과 노력을 다 했다. 후회나 아쉬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다 끝나는 구나.
사실 앞으로 남은 건 거의다 좋은 것 뿐인데 왜 이런 기분인지 모르겠다. 몰두하던 뭔가가 끝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감정을 들게 했다. 그 동안 운동과 식단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날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일만 남았는데 왜 그러냐는 남편에 말에 나도 왜이러는지 모르겠단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촬영은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만큼 결과물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내일 이 시간에는 수능이 끝난 고3처럼 주말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은 무섭게도 차곡차곡 쌓인다. 내가 한 만큼 세상이 변한다. 내가 달라진 만큼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바뀌어 간다는 걸 시시각각 실감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나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려고 한다.